[매거진][THE NEIGHBOR] 제로웨이스트_소비의 모순을 넘어

2020-06-16


제로웨이스트 

필환경의 시대다. 환경보호는 더 이상 개인의 선택 영역이 아닌 생존과 직결된 의무다. 이러한 시대 속 제로웨이스트를 통해 사회적 책임을 지고 앞으로의 길을 모색하는 사람들을 만났다.


소비의 모순을 넘어
더 피커 송경호 대표

태어나는 순간 언젠가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 운명에 놓이는 인간은 존재 자체가 아이러니가 아닐까란 생각을 가끔 한다. 이런 인간이 살아가는 세계가 수많은 모순으로 가득 차 있는 것은 필연일 것이다. 그래서 때론 살아가는 것이 수많은 모순을 마주하고 극복하는 일을 반복하는, 모순 극복의 연대기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한창 이런 생각에 사로잡혀 있던 무렵, 제로웨이스트 라이프 플랫폼 더 피커의 송경호 대표를 만났다. 그와 대화하며 깨달은 점은 제로웨이스트 운동은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쓰레기를 줄이는 일차원적 행위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것. 어쩌면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는 삶은, 하나를 취함으로써 무언가 더 큰 가치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소비패턴의 모순을 극복하기 위한 시도일지도 모른다.

 


“당시 유럽을 비롯한 서구권은 이제 막 시작된 제로웨이스트 운동이 확산되는 분위기였어요. 그러나 국내에는 아직 제로웨이스트 개념조차 생소했죠.” 송경호 대표는 더 피커가 처음 오픈한 때를 회상했다. 그가 처음부터 제로웨이스트 숍을 차릴 계획을 세운 건 아니다. 다만 평소 폐기물 처리에 관심이 많았기에 자연스레 해외 동향도 살피곤 했는데, 분리수거와 재활용에 초점을 맞추는 국내와 달리 해외에서는 생산부터 폐기에 이르기까지 발생하는 쓰레기를 최소화하는 제로웨이스트에 집중하는 것을 목격했다. 송경호 대표의 개인적인 관심은 더 피커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시작은 포장 없는 그로서란트였다. 제품 포장은 위생 등의 문제로 일정 부분 필요하지만 상당수는 뜯는 순간 기능을 상실하고 한낱 쓰레기로 전락해 환경을 파괴한다. 우리는 소비하는 매 순간 무언가를 얻는 동시에 무언가를 잃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산자와 판매자 대부분은 소비자에게 포장 여부의 선택권을 주지 않는다. 이런 점은 송경호 대표의 마음을 늘 불편하게 만들었고, 결국 포장 없는 그로서란트를 직접 오픈하게 되었다.

 

 

2016년 문을 연 더 피커는 과일, 채소, 곡류, 견과류 등을 컨테이너에 담아놓고 고객이 준비해온 저장 용기에 소분해 판매하는 그로서리인 동시에 상품 가치가 떨어져 팔리지 못한 못난이 과일과 채소들로 만든 비건 메뉴를 판매하는 레스토랑이었다. 그리고 지난해 말 원래의 위치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으로 이전하며 레스토랑 파트를 없애고, 식재료를 비롯해 생산, 유통, 소비, 폐기 단계에서 배출되는 쓰레기 양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제작한 리빙 제품 판매를 강화했다. 자급자족을 키워드로 삼은 수업도 운영하기 시작했다. “팔리지 않아 버려야 할 식재료를 활용하기 위해 레스토랑을 함께 운영했지만 주문량을 정확히 맞출 수 없어 결국 버려지는 식재료가 생긴다는 점이 모순으로 느껴졌어요. 이러한 아이러니를 해소하기 위해 숍을 이전하며 레스토랑 파트를 없애고 대신 자급자족 키워드로 진행하는 클래스를 추가했어요.” 자급자족 클래스는 액체류나 화장품류처럼 법적인 부분에서 판매의 제약이 있어 더 피커에서 취급하지 못하는 제로웨이스트 제품을 직접 만드는 법을 알려주거나, 고장난 물건은 고쳐 쓰자는 취지에서 관련된 방법과 팁 등을 알려주는 수업이다. 

 

현재 더 피커에서는 식재료뿐 아니라 생산, 유통, 소비, 폐기 단계에서 생산되는 쓰레기의 양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제작된 리빙 제품 판매 및 자급자족 클래스를 운영하고 있다.

 

비록 국내에 제로웨이스트 운동이 활성화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이 미미했던 것은 아니다. 이는 한국의 분리수거율이 OECD 국가 중 2위라는 성적이 증명한다. 그럼에도 지금 사람들이 제로웨이스트에 관심을 기울인다는 것은 재활용에 어떠한 맹점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재활용에는 한계가 있어요. 분리수거를 잘한다고 해도 재활용이 실제로 이루어지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죠.” 재활용은 수거, 선별, 처리 3단계를 거친다. 그러나 분리수거된 많은 쓰레기들은 보통 선별 단계에서 기준을 통과하지 못하고 소각 또는 매립된다. 단적인 예로 우리가 플라스틱 음료수 용기를 분리수거한다 해도 국내의 플라스틱 제품은 대부분 다중 재질 또는 유색으로 만들어져 재활용이 어렵고 재활용에 투입되는 비용이 높다. 때론 선별하고 재활용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과 쓰레기를 재활용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금액의 단가가 맞지 않아 재활용을 포기하고 소각시키기도 한다. 얼핏 보기엔 재활용이 제로웨이스트에 비해 손쉽게 실천할 수 있는 환경보호 방법 같지만 따지고 보면 제로웨이스트가 좀 더 쉽게, 그리고 확실하게 실천하는 방법일 수도 있다. 

 

 더 피커는 컨테이너에 담긴 식재료를 가져간 저장 용기에 소분해 판매하는 그로서란트로 시작했다.

 

물론 제로웨이스트 운동이 우리가 처한 문제의 완벽한 해결법은 아니다. 제로웨이스트 제품도 생산부터 폐기 단계에 이르기까지 최소한일지라도 분명 쓰레기가 발생한다. 송경호 대표는 궁극적인 문제에 대해 이야기했다. “모든 것은 필요 이상의 과소비로 인해 발생해요. 대량생산 시스템에 기반한 필요 이상의 생산과 소비 자체를 줄여야 하죠.” 

 

더 피커 매장에 전시된 쓰레기를 줄이는 10가지 방법에 대한 일러스트. 송경호 대표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부터 조금씩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결국엔 지나침의 문제다. 우리가 근본 문제인 생산과 소비 자체를 줄이지 않는다면 언젠가 한계에 봉착할 것이다. 제로웨이스트 운동은 소비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순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자 다음 단계로 가기 위한 첫걸음이기에 그 자체로 충분히 유의미하다. 어차피 우리가 살아가는 것은 수많은 모순을 마주하고 극복하는 모순 극복의 연대기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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