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BOOK JOURNALISM] 오늘 여러분의 삶을 관찰해 보세요

2020-08-14



오늘 여러분의 삶을 관찰해 보세요
더 피커 송경호 대표

@thepicker
 

‘더 피커(the picker)’는 무슨 뜻인가?

‘건강한 제품을 옳은 기준하에 잘 고르는 사람들’, ‘매장에서 건강한 것을 수확하는 사람들’이라는 의미다. 환경을 파괴하지 않는 유통을 거친 건강한 제품을 매장에서 수확한다는 의미를 특별히 부각하고 싶었다. 더 피커는 제로웨이스트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이다. 폐기물 문제의 원인을 소비문화의 변질에서 찾고, 건강한 소비문화를 회복해 해결하려 한다.


소비문화를 어떻게 회복하나?

먼저 ‘소비’를 잘 정의해야 한다. 소비는 단순히 돈을 지불하고 무언가를 사는 교환이 아니라, 물건을 생산하고 구매해 용도에 따라 온전히 다 사용하고 소재에 맞게 잘 폐기해 주는 것까지의 단계 전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대량 생산 체계가 자리를 잡고 나서 완전히 소비를 해내는 사람들이 많이 줄어들고 있다. 유행이 바뀌고, 더 좋은 기능이 나오고, 싫증이 났다는 이유로 더 쓸 수 있는 물건들이 버려지고 있다. 우리는 제품의 소재보다는 온전히 다 사용하는 것에 집중한다. 플라스틱을 절대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게 아니라, 이미 가지고 있는 플라스틱 제품이 있다면 온전히 다 사용해서 쓰레기 발생을 줄이는 거다.


제로웨이스트에 주목하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

소비 과정에서의 편의와 서비스는 강조되지만, 소비자에게 포장에 대한 선택권은 없다는 점을 발견했다. 포장 쓰레기는 양도 많고 부피도 커서 처리하는 데 불편함이 따르는데도, 이 포장은 사지 않겠다는 선택을 할 권리는 없다. 이미 나온 쓰레기들을 잘 처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애초에 발생되는 쓰레기의 양이 줄어야 처리 기술도 원활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물건을 구입하고 사용해야 하는데, 제로웨이스트가 정말 가능한가?

‘제로웨이스트’에 대한 해석은 다양하다. 우리 해석의 핵심은 ‘순환’이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쓰레기를 아예 만들지 않을 수는 없다. 부산물들을 순환시키면 쓰레기가 되지 않는 거고, 그걸 그대로 방치하고 폐기, 매립, 소각하는 방법으로 처리하면 쓰레기가 되는 것이다.


사실 소비자에게는 불편한 방식이다.

우리는 지금 필요 이상으로 편한 삶을 살고 있다. 과도한 편안함에서 조금만 뒤로 물러서 보자는 얘기다. 지금 살던 것보다는 분명히 불편하겠지만 충분히 편안한 삶이고, 금방 익숙해지는 정도의 불편함이다.

포장지가 없으면 위생이나 품질에 대한 의문도 생길 수 있다.

유통 거리가 짧아지면 충분히 커버할 수 있다. 인근 지역 농산물을 소비한다면 ‘포장 없이도 이 기간만큼은 괜찮네’, ‘그럼 규모는 이만큼으로 잡으면 되겠네’ 식으로 충분히 협의하고 조정할 수 있다. 결국 포장도 화학이나 소재 공학의 문제라기보다 마음의 문제다.

어떻게 창업하게 됐나?

사업을 했었는데, 합법적인 방법임에도 도덕적이지 않은 판단을 마주하면서 갈등이 많았다. 결국 좀 더 분명하게 도덕적이고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사업으로 눈길을 돌리게 됐고, 평소 관심 있던 폐기물 문제를 토대로 새롭게 비즈니스 모델을 구상하게 됐다.


제로웨이스트로 수익을 내야겠다고 생각한 이유가 있었나.

소비문화의 변질 때문에 문제가 생겼다고 규정했기 때문에 해결도 시장 내 주체가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영리 기업을 선택했다. 창업 초기부터 우리는 비영리 사업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고, 외부 지원에 의존하지 않고 수익을 창출해 생존하는 걸 1차 목표로 삼았다. 또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기 때문에 제품의 질이 떨어져도 무조건 구매해 줘야 한다는 식의 강요를 하는 건 불합리하다고 생각했다. 좋은 제품을 만들고 소개하는 동시에, 소비자들이 이 가치에 접근할 수 있는 매력적인 창구들을 많이 만들려고 했다.

어떤 모델을 시도했나?

초기에는 그로서란트(grocerant, 식재료 매장과 레스토랑을 결합한 형태)를 운영했다. 아무래도 소비자들이 쉽게 유입될 수 있는 장이기도 했고, 판매하는 식재료 재고의 원활한 순환 차원에서도 효과적이었다. 플리마켓이나 자급자족 클래스도 꾸준히 진행한다. 비건 선크림 만들기, 밀랍 랩 만들고 고쳐 쓰기 등의 클래스를 열었고 많은 분들이 참여해 주셨다.


환경 문제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달라진 것을 체감하나?

많이 하고 있다. 제일 중요한 기점은 2018년 쓰레기 대란이었다. 그런데 관심을 가지는 것과 그걸 내 삶에 적용하는 건 또 다른 문제라서, 방안을 늘 고민하고 있다. 이 부분은 소비자보다 공급자들이 빨리 따라가 줘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소비자들은 정보도 있고 의지도 있는데, 실천할 수 있는 인프라가 사실상 많지 않다.


제로웨이스트가 한철의 유행은 아닐까?

지속 가능한 소비가 트렌드화되고 있지만, 경영적인 지속성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환경이 분명히 파괴되고 있다는 걸 사람들이 체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 사태뿐 아니라 최근 대두되고 있는 이상 기후 현상 등 심각성을 체감하는 경로도 다양해졌고 이해도 깊어지고 있다. 이제는 신념과 취향의 차이가 아니라, 삶의 양식을 바꾸지 않으면 내 삶에 직격탄이 되겠다는 생존의 차원으로 관심이 확장되고 있다.

일상에서 쉽게 쓰레기 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팁을 알려 달라.

내 생활 속에서 어떤 일회용품을 가장 많이 쓰고 있는지 관찰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내가 이렇게 많이 쓰고 있었구나’를 깨달으면 이걸 어떻게 대체할 수 있을지 고민하면서 자기만의 기준을 갖게 된다. 그리고 물건을 살 때 내 가족, 내 친구에게 물려줄 수 있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면 좋다. 옷이나 가전제품, 가구 등 물건을 물려주는 문화가 많이 사라졌다. 제품의 생애 주기에 대해 생각하고 물건과 소통하는 습관이 일상에서 회복되어야 한다.


지금, 깊이 읽어야 할 콘텐츠를 추천해 달라.

폴 호컨의 《플랜 드로다운》을 추천한다. 기후 변화에 대처할 수 있는 다양하고 포괄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제로웨이스트에 관심을 가지고 라이프스타일을 변화시키다 보면 폐기물 문제와는 전혀 상관없어 보이던 문제들이 사실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목격하게 된다. 하나의 줄기를 잡고 해결을 마음먹으면 연결된 문제들을 함께 해소할 수 있겠다는 건강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다. 〈토이 스토리〉 시리즈도 추천한다. 일을 시작하고 보니 다르게 보이는 애니메이션이다. 오래 사용한 물건과의 관계 형성과 소통, 업사이클링 등 쓰레기를 줄일 때 필요한 굵직한 개념들이 잘 녹아 있다.

<최정은 에디터>
* 2020년 8월 13일에 이메일로 전해 드린 ‘북저널리즘 톡스’입니다. 젊은 혁신가 인터뷰를 메일함에서 바로 받아 보시려면 뉴스레터를 구독해 주세요.



북저널리즘 뉴스레터 바로가기


.

상호 : (주)더피커 | 대표 : 송경호 홍지선
사업자등록번호 : 753-86-01034 | 통신판매업신고 : 2018-서울성동-0432

개인정보보호 관리책임자 : 더피커 | 주소 : 서울시 성동구 왕십리로 14길 9, 1층

이메일 : hello@thepicker.net | 고객센터 : 070-4118-0710

Copyright © thepicker, inc. All rights reserved. Hosting by (주)아임웹

Terms of use  ㅣ Privacy Policy


Copyright ⓒ 2020 더피커(thepicker) store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