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기사][데일리굿뉴스] "포장 쓰레기 '제로', 장보기가 달라집니다"

2019-03-21


[데일리굿뉴스] "포장 쓰레기 '제로', 장보기가 달라집니다"


발렌타인데이, 화이트데이 등 기념일이 되면 어김없이 선물 상품의 과대포장 논란이 불거진다. 화려한 포장으로 뻥튀기되는 가격뿐 아니라 불필요한 쓰레기가 지나치게 많이 발생하는 문제가 지적된다. 그런데 이벤트 날에만 이런 문제가 생길까? 기념일이 아닌 일상에서도 포장이 안 된 상품을 찾기 어려운 요즘, 국내 최초로 포장 없는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더 피커(The Picker)’ 송경호 대표를 만났다.


 ▲쓰레기 없는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는 '더피커'에는 현미, 콩과 같은 곡류는 물론이고 샴푸 등 각종 생활용품이 마련돼 있었다.ⓒ데일리굿뉴스


"가지고 온 용기에 필요한 만큼만 담아 가세요"

가끔씩 부모님에게 '노오란 양은 주전자를 고사리 손에 쥐고 한 되, 두 되씩 막걸리를 받아왔다'는 소설 같은 옛날 얘기를 듣곤 했다. 지금이야 동네 마트에만 가도 쌀, 고기, 생선 할 것 없이 전부 깨끗하게 비닐로 포장된 채로 판매되고 있지만,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집에 있는 빈 통이나 그릇을 가지고 가서 쌀 한 되, 미역 두 쪽, 명태 한 마리를 담아오곤 했다는 것이다.

서울에서 가장 ‘핫’한 거리 중 하나인 성수동 일대에 위치한 ‘더 피커’는 바로 이 같은 방식으로 식료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더 피커(The Picker)에는 두 가지 뜻이 있다. 사고 싶은 만큼만 골라(pick)갈 수 있다는 뜻과 수확하는 사람이라는 뜻이 담겼다.

이곳에는 비닐봉투도 없고 포장지도 눈에 띄지 않는다. 쌀과 콩, 오트밀 등 곡물들이 투명한 유리통에 담겨져 있고, 손님들은 저마다 가지고 온 용기에 필요한 양만큼 담는다. 저울에 올려 무게를 재고 사진을 찍어 계산대에 보여주면 가격 라벨 없이도 구입이 가능하다.

“우리가 장을 볼 때 깨끗하게 포장된 물건이 편하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엄밀히 살펴보면 편하지만은 않아요. 물건을 집는 그 찰나의 순간만 편할 뿐, 막상 집에 가서 포장을 벗기고 버리고 분리수거를 해야 하는 수고로움이 뒤따르죠.”


일찍부터 포장 폐기물에 대해 관심이 많았던 송경호 대표는 ‘쓰레기가 아예 안 나오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했다. 이미 발생한 쓰레기를 잘 썩게 하거나 재활용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처음부터 쓰레기를 만들어내지 않는 것이 더 본질적인 해결책이라는 생각이 든 것.

그렇게 송경호 대표는 '제로 웨이스트(zero-waste·쓰레기 없이 살기)'를 실현하는 식료품점, 국내 최초의 포장 없는 가게 더피커를 열었다. 매장 한 켠에는 비건 레스토랑을 함께 운영해 판매 재고로 인한 쓰레기를 줄이는 순환체계도 갖췄다. 바질페스토 샌드위치와 건강 샐러드는 SNS를 통해 입소문이 나 일부러 찾아오는 손님들까지 생길 만큼 ‘성수동 맛집’이 됐다.


 ▲손님이 가져온 용기를 저울에 올려놓고 '0'으로 맞춰준 뒤, 원하는 상품을 필요한 만큼 담아 무게를 재고 사진을 찍어 계산을 하는 방식이다.
ⓒ데일리굿뉴스



'건강한 소비'로 만드는 건강한 지구…"하나님 보시기에 좋지 않을까요?"


제로웨이스트에 대한 인식이 전무하다시피 했던 2015년 문을 연 더피커는 손님들에게도, 농산물을 납품하는 농부들에게도 생소한 가게였다.

“대부분 농가에서 생산부터 포장, 유통까지 하다 보니까 대용량 벌크 포장으로 제공받아도 그 안에 다시 소분 포장이 되어 있어 이중 포장을 하는 농가들이 많았어요. 소분 포장을 하지 않는 농가를 일일이 찾아다니느라 발품을 많이 팔아야 했죠. 당시까지만 해도 환경문제에 대한 관심이 미흡하다 보니 의아해 하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송 대표는 지난해 소위 ‘쓰레기 대란’ 사건이 벌어진 뒤로 환경오염에 대한 경각심이 커진 것을 체감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더피커를 찾는 손님들도 실제로 눈에 띄게 늘었다. 그는 “꾸준히 찾아오는 단골 손님들의 비중도 크지만, 환경보호를 위해서 뭐든 해야겠다는 생각은 있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모르는 분들, 한 번 체험해보고 싶은 분들이 많이 방문한다”고 귀띔했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손님을 묻자 송 대표는 "에코백을 들고 엄마와 함께 가게에 온, 기껏해야 초등학교 저학년쯤 돼 보이는 아이가 생각난다"고 대답했다.

“그 동안 모은 동전들을 가지고 와서 사고 싶은 물건을 사는 아이의 모습이 정말 즐거워보였어요.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고 하면 죽은 돌고래 배에 플라스틱이 가득한 모습, 코에 빨대가 꽂힌 바다거북을 떠올리면서 억지로 편리함을 참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그런 식으로 하면 1년도 채 못가더라고요. 죄책감 때문에 하고, 하기 싫은 데 억지로 하는 게 아니라 실천할 수 있는 만큼만 즐겁고 재미있게 하면 좋겠어요.”

더피커의 공동대표인 송경호·홍지선 씨는 지난해 교회에서 결혼식을 올린 크리스천 부부다. 송 대표는 “‘보기에 좋았더라’라고 하신 하나님의 말씀대로 사람과 환경이 회복되는 날을 꿈꾸고 있다”며 “여러 방면에서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는 가게들이 전국 곳곳에 생겨났으면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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