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기사][아시아경제] 제로 웨이스트 향한 첫 발걸음 '더 피커'

[인터뷰] 제로 웨이스트 향한 첫 발걸음 '더 피커'

더 피커, 국내 최초 제로 웨이스트 숍
송경호, 홍지선 대표 "건강한 제품 선택으로 쓰레기 줄이기


국내 최초 제로 웨이스트 숍 더 피커

국내 최초 제로 웨이스트 숍 더 피커


'#용기내'

국제 환경보호 단체 그린피스가 끌고, 배우 류준열이 민 '용기내 캠페인'의 파급력은 상당했다. 이들은 SNS를 통해 플라스틱 과대 포장에 대한 문제 제기를 생활 속에서 공유했고, 이를 사회적인 이슈로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개인뿐 아니라 기업 또한 해당 캠페인에 힘을 실었다. 롯데마트는 오는 2025년까지 플라스틱 50% 단축을 선언했고, 이마트는 환경 보호를 위한 세제 리필 시스템 도입을 하기로 약속한 것. 이마트의 에코 리필 스테이션은 2021년 9월까지 1년간 시범 운영되며 적용 제품 종류와 규모를 점차 늘려갈 계획이다.


변화는 한순간에 이뤄진 게 아니었다. 쓰레기 없는 삶에 대한 인식개선을 향한 발걸음은 '용기내 캠페인' 이전부터 존재했다. 이는 류준열과 그린피스가 소개한 '플라스틱 없을 지도'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강의 북쪽,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국내 최초 제로 웨이스트 숍 '더 피커'(대표 송경호 홍지선)는 이 움직임의 중심에 오랜 시간 서 있었다. 지난 2016년 설립된 더 피커는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방법과 정보 및 인식을 대중에 알리려는 목표 아래 윤리적인 소비문화 회복을 제시했다.


제로 웨이스트, 지구를 위한 용기

쓰레기 없이 식재료 구입하는 방법


천연 비누 열매


더 피커에는 쓰레기가 없다. 세제도, 비누도, 칫솔도, 푸드랩도, 화장솜, 심지어 치실까지 모두 지속 가능한 자원으로 꾸려졌다. 매장 관계자는 세정과 섬유 유연을 한 번에 해결해주는 세제(소프넛)에 대해 "화학 처리가 안 돼 미세 플라스틱 걱정을 줄일 수 있다. 거품이 날 때까지 재사용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유기농 햄프코튼이나 천연 대나무 코튼 화장솜은 최소 100회 이상부터 500회까지 재사용 가능할 만큼 견고하게 제작됐다. 관계자는 "더 피커 화장솜의 경우 면이 닳을 때까지 쓸 수 있다"며 "개인적으로도 사용 중인데, 한 번 쓸 때마다 미지근한 물로 손빨래해서 쓴다"고 덧붙였다.

쓰레기 없이 식재료를 구입할 수 있는 코너도 마련됐다. 더 피커에서 필요한 건 용기뿐이다. 미리 준비한 유리병이나 면 주머니 안에 식자재를 담으면 먹거리 구매가 끝난다. 미처 용기를 가지고 오지 못한 이들은 다른 고객이 기부한 공병을 통해 자원 순환에 참여할 수 있다. 실제로 더 피커 매장 안에는 깨끗하게 세척한 후 재사용 되는 유리병이 가득했다. 더 피커는 다회용·친환경 제품의 소비를 촉진하고, 지금 이 시간에도 지속 가능한 환경이 존재하던 과거와 소통하고 있다.


"건강한 제품을 선택함으로써 쓰레기를 줄이는 법, 가능한 경우에는 직접 만들어 쓸 수 있는 생활 기술을 공유하는 것, 가지고 있는 물건을 오래 쓰고 고쳐 쓸 수 있는 리페어 문화 공유, 그리고 올바른 폐기를 진행하는 방법과 폐기가 고려된 제품을 고르는 법 등을 주제로 콘텐츠를 소개하고 있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우리와 소통하는 소비자분들은 소재에 얽매이지 않고 건강한 소비를 통해 쓰레기를 줄여나가려고 한다."(이하 더 피커 송경호 홍지선 대표)

2016년, 그리고 2020년

다시 쓰는 푸드랩


세척 가능한 화장솜


더 피커가 시작된 2016년, 제로 웨이스트는 낯설기만 한 슬로건이었다. 지구를 아프게 하는 비닐, 플라스틱 등이 '삶의 질을 높여주는 생활필수품'이었던 때이니 말이다. 송경호 홍지선 대표는 "당시 제로 웨이스트라는 개념은 굉장히 생소했다. 우리 또한 제로 웨이스트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더 피커를 시작했던 것은 아니다. 쏟아져 나오는 쓰레기를 어떻게 재사용할 것인지 다양한 실험과 계획을 세우고 검토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두 사람이 집중한 화두는 업사이클링이었다. 이들은 업사이클링과 연관된 다양한 활동을 검색하고, 더 나아가 정부의 환경 관련 정책, 환경단체의 감시와 촉구 및 교육 등의 사례를 수도 없이 읽었다. 그 결과는 '훌륭한 활동이 많은데, 대체 왜 쓰레기 문제가 해결된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을까'라는 의문이었다. 이와 같은 질문이 던져지자 송경호 홍지선 대표는 쓰레기 문제에 대한 접근 방식을 바꿔갔다.

"'수많은 활동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쓰레기 문제는 왜 해결되지 않을까'에 대한 해답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쓰레기를 처리하는 기술이 더 효율적으로 적용되고 빛을 보기 위해서는 쓰레기의 양적인 완화가 필요하다는 사실이었다.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소비 양식을 고민했고, 국외에서도 사례가 많지 않았던 제로 웨이스트 숍을 국내에 알리려고 했다. 우리의 목표는 모두가 제로 웨이스트 숍을 운영하고 이용하는 게 아니다. 소비하는 방식에서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방법이 있고 그 정보와 인식을 전달하고 싶었다."


더 피커, 인식의 변화를 넘어

천연 실크 치실


더 피커 매장 내부


창업 초기부터 쓰레기 없는 삶에 관한 긍정적인 인식 고취에 앞장선 더 피커는 쓰레기 대란이 벌어진 지난 2018년 제로 웨이스트의 정의와 정보, 관련 콘텐츠를 다수에게 제공했다. 이 과정에서 제로 웨이스트 숍의 형태는 확대되어 갔다. 에코·클린·미니멀 라이프를 지향하는 이들이 늘어나기 시작했고, 지난해 라이프 스타일 트렌드 키워드 중 하나는 필환경이었다. 수요에 따라 제로 웨이스트 스토어는 성동구를 넘어 서울 곳곳에 자리를 잡았다.

"제로 웨이스트의 정의와 범위를 설정하는 과정에서 더 피커가 가지고 있는 제품 및 서비스 생산, 취급의 방식을 기준화해 새롭게 시작하는 제로 웨이스트 숍에 공유했다. 기업 활동에 있어서는 우리가 가진 기준을 통해 지속 가능한 적용과 변화를 컨설팅하는 활동을 해나가고 있다. 환경부를 비롯한 정부 기관에는 사례를 전달하고 의견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는 중이다.

더 피커의 목표는 제로 웨이스트 숍 확산을 통해 인식이 변화하는 시기를 넘어 기존의 다양한 시장 인프라, 이를테면 수많은 소상공인이나 기업, 단체가 제로 웨이스트적인 소프트웨어를 선택하고 적용하는 것이다. 이러한 소프트웨어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더 피커는 현재 보유하고 있는 기준과 경험, 사례 등을 체계화해 제품의 생애 주기(생산, 유통, 판매, 사용, 폐기)를 중심으로 한 많은 콘텐츠 생산과 교육 체계를 준비하고 있다."

[컬처&라이프부 김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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