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트임팩트 매거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쓰레기 이야기

2021-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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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주 체인지메이커에게 영감을 주는 이야기를 전합니다.
#칼럼 117호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쓰레기 이야기😨

 
6월 5일은 세계 환경의 날입니다. 매거진 루트임팩트는 6월 주제를 환경으로 선정하고 여러분께 환경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드리려고 해요. 기나긴 코로나와의 싸움, 너무나 잦은 비 소식과 기후변화 등 환경 이슈는 이제 더 이상 단순 담론이 아닌 우리가 당장 해결해야 할 시급한 사안으로 다가오고 있어요. 기업 또한 환경 이슈에 보다 더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사회적, 경제적 압력을 받고 있습니다. 

지난해 한국전력의 경우 글로벌 투자 기업으로부터 석탄사업을 지속하는 전략적 이유에 대해 설명하라는 압박과 함께 노르웨이 연기금으로부터 투자 금지 기업으로 지정되는 등 의 압박을 받자 ‘탈석탄’을 진행하고 내부 ESG 위원회를 신설하는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이처럼 환경이슈에 대해 개인뿐 아니라 기업, 전세계가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5월 30일부터 진행 된 ‘P4G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에서 서울선언문을 통해 각국의 정상급 인사들은 “우리는 기후위기를 환경문제를 넘어서 경제, 사회, 안보, 인권과 연관된 과제들에 영향을 미치는 시급한 국제적 위협으로 간주한다.”고 밝혔습니다. 탈석탄을 천명하고 녹색기술 투자, 제로웨이스트 사회로의 전환 등을 함께 선언했는데요. 환경이 미래세대 뿐 아니라 현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도 매우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지금, 말뿐인 허황된 선언이 아닌 실질적인 변화가 반드시 함께 동반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오늘은 국내 최초의 제로웨이스트숍 더피커 송경호 대표님과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주제, 환경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보았습니다. 쓰레기로 비추어 본 물건의 순환에 대해 이야기 해주셨는데요. 함께 살펴 보시죠.




쓰레기는 ‘단어’ 가 아니라 하나의 포착된 ‘순간’이다


OECD 국가 중 쓰레기 분리수거율이 3위에 빛나는 우리나라는 누구보다 성실하게 분리배출을 수행하는 민족이다. 쓰레기 배출을 위해 유료로 종량제 봉투와 스티커를 구매하고,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분리 수거일을 거르는 법은 없다. 이처럼 세계적으로 우수한 생활 정책 사례로 명성을 드높이고 있던 우리나라에 2018년 쓰레기 수거 중단 사태가 발발한다.

이 사건으로 쓰레기 분리수거에 대한 믿음은 큰 손상을 입었다. 성실히 분리 배출하여 저녁에 내놓으면, 동이 트면서 홀연히 사라질 것이라는 기대는 언제든 뒤집어질 수 있었고, 그마저도 분리 배출한 쓰레기가 온전히 재활용되지도 않는다는 것 그리고 방대한 폐기물이 갈 곳을 찾지 못해 떠돌다가 더러는 해외에 떠넘겨지는 현실을 목도한 많은 이들은 충격에 빠졌다. 

이제는 쓰레기를 어떻게 ‘배출’ 할 것인가 라는 질문이 아니라 쓰레기를 어떻게 ‘줄일’ 지를 질문할 때다. 사실 배출된 쓰레기를 처리하는 우리의 기술은 이미 상당히 우수하다. 높은 수준의 분리배출률, 재활용 기술과 생분해 기술의 발전, 그리고 폭 넓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업사이클링 문화까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쓰레기 문제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우리가 놓치고 있는 '무엇'이 있는 게 틀림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놓치고 있는가? 좀 더 거시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쓰레기 문제에서 놓친 연결고리는 허탈할 정도로 간단하다. 인류가 기술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쓰레기 양에 비해, 쏟아져 나오는 쓰레기의 양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사실이다. 이처럼 간단한 산술적 사고만으로도 알아차릴 수 있는 사실을 쓰레기가 수거되지 않는 극단적인 상황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체감하게 된 것이다. 


 <출처 : WWF 플라스틱 비즈니스 가이드라인, p.9>


물건의 '인생곡선'을 그리는 가게


쓰레기 양이 많다는 의미는 쓰레기 되기 이전, 애초에 하나의 ‘물건’ 이었던 자원이 순환하지 못하고 소멸되는 구조에서 기인한다. 여기서 우리는 서두에 던진 문장을 다시 떠올린다. 그러니까 쓰레기는 단순히 어떠한 상태나 물건을 표현하는 ‘단어’가 아니라 특정 물건의 생애주기가 끝난 한 ‘순간’일 뿐이라는 의미다.


그래서 우리는 또 다시 질문을 던진다. 물건의 기원을 쫓아 이것이 쓰레기로 끝나지 않고 순환하게 할 수는 없을까? 

더 피커는 바로 이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물건의 생애주기’를 들여다보고, 건강한 기준을 확립하여 공유하는 활동을 전개한다. 어떠한 물건이 태어나고 죽기까지의 '서사'를 '생산-유통-판매-사용-폐기'로 표현하고, 각 단계가 충분히 건강하게 실행될 수 있는 기준을 만드는 것이다.


우리는 이 기준을 토대로 실험적인 '제로웨이스트 숍'을 운영하고 있다. 제로웨이스트 숍에서는 포장을 제거하거나 최소화한 제품을 판매하고, 소비자들은 장바구니와 용기를 가지고 와 제품의 알맹이만 구매한다.  



쓰레기,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


얼핏 유통과 판매를 담당하는 단순한 중개자로 보이는 제로웨이스트 숍은, 사실 포장폐기물을 줄일 뿐만 아니라, 동시에 소비의 전후 단계에도 관여한다.

1) 먼저 폐기량을 비롯한 물 사용량, 탄소 발생량 등을 생산 단계에서부터 면밀히 들여다보고 건강한 생산자를 발굴한다. 2) 그리고 생산자와 유통 방법을 협의하고, 건강한 판매 방법을 고안한다. 3) 식품의 경우 표시기준 등 별도 법규가 규정되어 있으니, 우리가 고안한 판매 방법이 합법적인지 검토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역할도 진행한다. 4) 마지막으로 소비자에게 판매된 제품이 수명을 다할때까지 온전히 소진하여 올바른 방법을 폐기가 이루어 질 수 있도록 교육을 담당한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점은, 물건의 생애주기가 마침표를 찍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재활용을 통한 자원화로 이어져 순환의 고리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길고 긴 물건의 생애주기, 즉 '서사' 안에서 비로소 순환을 도출해낼 수 있고, 순환을 담보해야만 불가능하게 여겨지는 제로웨이스트 라이프스타일의 가능성이 열리게 된다. 그래서 더 피커는 단순히 대안제품을 소비하는 것을 쓰레기 문제의 해결책으로 보지 않고, 물건의 생애주기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노력하고 있다.

모두가 제로웨이스트 가게가 될 수 있도록

2016년 더 피커가 가장 먼저 시작한 제로웨이스트숍은 현재 전국적으로 120여개로 늘어났다. 하지만 단순한 제로웨이스트 숍의 증가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제로웨이스트, 자원순환의 가치관에 공감하는 일반 매장이 늘어나는 것이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쓰레기 문제가 또 한번 대두되면서 이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제로웨이스트 소비자’ 가 늘어나, 반가운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지만 이에 비해 이들의 실천을 적극적으로 돕는 생산자 측면, 즉 시장 인프라는 여전히 아쉬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피커는 순환이라는 가치가 제로웨이스트 숍에만 적용되는 데 그치지 않고 일반 시장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활동하고 있다. 기업을 대상으로 제품 기획, 소재, 폐쇄 순환 등을 주제로 컨설팅 및 교육을 진행하기도 하고, 정책 영역의 정책자문위원으로 참여하여 사례와 정보를 공급하고 제언을 해나가고 있다.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의 노력

건강한 순환을 위해서는 생산자와 소비자의 합의가 매우 중요하다. 세계적 석학인 리처드 세넷은 그의 저서 『장인』에서 건강한 생산의 단초를 제시한다. 생산이 진행되기 전, 기획 단계에서 사회에 끼칠 영향을 충분히 고려해 기술을 적용하고 개발하는 자를 ‘장인’ 이라고 하는데 현대사회에는 이러한 장인이 부재하기 때문에 다양한 사회 문제가 발생한다고 한다. 어쩌면 자원 순환 사회를 완성하는 것은 장인의 역할과 같지 않을까. 장인이 된 생산자는 표면적인 접근을 넘어 제품의 모든 생애주기의 균형을 기획 단계에서부터 고려해야 한다. 

다행히 기업들도 물건의 생애주기를 적극적으로 고려한 제품 제작을 시작하고 있다. 일례로 글로벌 패션기업 H&M의 그린라벨 제품 라인을 들 수 있다. 유기농 원단이나 재활용 원단을 적극적으로 사용할 뿐만 아니라, 의류를 오래 입을 수 있는 방법과 수선 방법을 제공하고 폐기된 의류를 수거하여 다시 자원화하는 폐쇄 순환구조를 적용하고 있다. 


포장재를 유통하는 자가 이 포장재를 적절하게 폐기처분하는 데 책임을 지도록 하는 독일의 '신포장재법(VerpackG)' 또한 생산자 책임 제도의 성공적인 사례이다. 이러한 사례는 제로웨이스트 순환 사회를 이루어 내기 위한 공이 생산자에게 넘어왔음을 시사한다. 

 자원 순환 사회는 생산자와 소비자 어느 한 주체만의 노력으로는 얻어낼 수 없다. 따라서 ‘장인’ 으로 거듭날 수 있는 생산자와 지속가능한 소비자를 연결하고 돕는 더 피커의 길에 많은 이들이 함께 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글: 더 피커 송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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