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기사][세계일보] 국내 제로 웨이스트 1호 매장 '더피커' 대표 인터뷰 [우리의 환경은 평등합니까]


국내 제로 웨이스트 1호 매장 '더피커' 대표 인터뷰

[우리의 환경은 평등합니까]


포장재 전시장을 방불케하는 대형마트와 달리 서울 성수동에 자리한 ‘더피커’는 매장 내 전제품을 포장재 없이 판매한다. 2016년 문을 연 국내 첫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 가게다.

포장재에 대한 문제의식도 별로 없던 때 문을 열어 처음엔 고생했지만 4년째인 지금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명소가 됐다.

송경호 더피커 공동대표는 그 사이 달라진 사회분위기를 피부로 느꼈다고 했다.

“초기에는 미니멀리스트 같은 문화적 흐름과 미세먼지 문제로 높아진 환경 인식 덕분에 차츰 손님이 늘었어요. 그러다 지난해 폐기물 대란으로 쓰레기 문제를 돌아보는 계기가 마련되면서 손님이 크게 늘었죠.” 



송경호(왼쪽)· 홍지선 ‘더피커’ 공동대표.



아쉬운 점도 있다. 품목을 늘리고 싶었지만 ‘액체류’에 발목이 잡혔다. 지자체를 비롯해 관련 부처에 문의한 끝에 포장 없이 임의로 액체류를 고객이 원하는 만큼 나눠 파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었다. 그래서 더피커에는 아직 액체로 된 세제, 샴푸, 소스류가 없다. 

정부의 플라스틱 대책도 ‘포장 규제’에 그치는 것 같아 그가 아쉬워하는 부분이다.

“포장에 대한 규제도 중요하지만 포장재 없는 판매 방식이 자리잡을 수 있도록 엄격한 관리 하에 ‘규제 완화’를 하는 것도 중요할 것 같아요. 획기적인 양적 감소에 좀 더 중점을 뒀으면 합니다.”

그렇다면 더피커에서 발생하는 쓰레기양은 얼마나 될까.

일반쓰레기는 50ℓ 종량제 봉투 기준으로 1달에 1.5회 정도 배출한다. 영수증 용지, 손님이 두고 간 쓰레기, 낙엽, 매장 외부 쓰레기 등이 대부분이다.

더피커는 식료품을 팔고 그 식재료로 음식을 제공하는 레스토랑도 겸한다. 음식물 쓰레기는 식료품 재고 폐기물, 레스토랑에서 손님이 남긴 음식, 재료 손질 후 발생하는 쓰레기 등 7∼10일 간격으로 25ℓ가 나온다. 

재활용 쓰레기는 농산물을 배달받고 나온 박스류가 가장 많지만, 온라인 쇼핑몰 배송 주문이 들어오면 재사용해서 폐기물로 배출되는 건 거의 없다.

그는 성수동 매장을 조만간 다른 곳으로 옮길 생각이다.

“처음 성수동에 매장을 연 이유는 폐쇄적인 상권이어서 새로운 소비 방식을 제시했을 때 국내 제로 웨이스트 문화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소비 문화 인식을 개선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쓰레기 대란 등 여러 흐름이 맞아서 이런 목표는 달성된 것 같아요. 그래서 좀 더 실용적인 매장 구성을 위해 이전을 준비 중입니다.”

매장이 양적으로 성장하기보다는 마을 공동체와 협업하길 바라기 때문에 2호, 3호 형태가 아닌 독립 매장이 될 전망이다.

송 대표는 제로 웨이스트 매장의 궁극적 목적을 ‘소비문화 회복’이라고 했다.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편의주의와 위생주의는 극단적으로 발전했습니다. 흙에서 난 채소도 반질반질 윤이 나길 바라고, 가정에서 씻어 먹을 과일도 누군가의 손이 탄 것 같으면 뒤편으로 밀립니다.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소비문화가 정말 당연한 것인지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합니다.”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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