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기사][비즈한국] [현장] 직원이 "속비닐 챙기세요" 마트는 플라스틱 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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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직원이 "속비닐 챙기세요" 마트는 플라스틱 천국


속비닐 50% 감축했다지만 되레 사용 권해…한편에선 '제로 웨이스트' 운동 확산

친환경이 아닌 필(必)환경 시대다. 미세먼지, 미세플라스틱 등의 문제가 실생활에 밀접한 영향을 끼치면서 이제는 생존을 위한 환경보호가 필수다. 특히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꼽히는 플라스틱의 사용을 줄이기 위한 운동이 전 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영국은 일회용 플라스틱의 유통·판매를 내년 10월부터 1년 내 금지할 계획이다. 미국 시애틀, 말리부 등에서는 플라스틱 식기류와 빨대를 사용할 수 없다. 


국내에서는 커피전문점 등 매장 내에서 일회용 플라스틱컵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연말부터는 대형마트 2000곳과 슈퍼마켓 1만 1000곳 등에서 일회용 비닐봉투 사용이 전면 금지된다. 제과점에서도 비닐봉투를 무상 제공할 수 없다. 하지만 비즈한국이 직접 둘러본 현실은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였다.

 

대형마트에서는 플라스틱 제품을 사용하지 않고는 장을 보기가 어렵다. 사진=박해나 기자

대형마트에서는 플라스틱 제품을 사용하지 않고는 장을 보기가 어렵다. 사진=박해나 기자


# 규제 대상 아닌 마트 ‘속비닐’, 직원도 소비자도 남용 

 

“비닐봉투나 종이봉투 없나요? 담아갈 게 필요한데.” 

지난 27일 서울 성동구의 한 대형마트. 계산대에서 한 손님이 봉투를 요구하자 점원은 ‘판매할 수 없다’라며 보증금을 내고 대여할 수 있는 장바구니를 권했다. 비닐봉투 사용은 연말부터 전면 금지되지만 이미 주요 대형마트는 2010년부터 비닐봉투 판매를 중단했다. 마트를 찾은 손님은 재사용종량제 봉투와 빈 박스, 장바구니 등을 사용한다. 

하지만 계산대에서 비닐봉투 사용이 금지된 것과 달리 마트 내부는 여전히 플라스틱 천지다. 과일 코너를 가보니 사과, 키위, 바나나 등의 과일을 소포장해 비닐봉투에 담아 판매 중이었다. 그 옆으로는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에 담아 판매하는 과일도 보였다. 채소 코너도 마찬가지다. 버섯, 고추, 감자 등 대부분의 채소를 플라스틱 용기에 담거나 비닐로 포장해 진열했다. 일부 상품은 검정색으로 코팅된 플라스틱 용기에 담아 판매한다. 


플라스틱, 비닐 등으로 포장돼 ​마트에서 ​판매 중인 과일. 사진=박해나 기자

플라스틱, 비닐 등으로 포장돼 마트에서 판매 중인 과일. 사진=박해나 기자


환경부는 앞서 재활용이 어려운 유색 포장 용기를 무색으로 바꿀 것을 권장했지만 마트에서는 여전히 유색 용기를 찾아볼 수 있다. 계란과 육류, 해산물 등도 상황은 마찬가지. 포장되지 않은 채 판매 중인 상품이라고는 고구마, 당근, 가지, 버섯 등이 전부로 그 개수가 한 손에 꼽힐 정도다.

 원하는 만큼 구입할 수 있는 고구마를 미리 챙겨간 종이봉투에 담고 가격표를 붙이려 하자 판매 직원이 제지를 했다. 그는 “계산할 때 식품이 보여야 한다”라며 종이봉투 대신 속비닐을 사용을 권했다. 일부러 비닐을 사용하지 않으려 종이봉투를 챙긴 보람이 없었다. 마트 한편에는 ‘비닐롤백 사용 줄이기에 동참해주세요’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지만 직원들부터가 비닐 사용을 권장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었다.

 이미 대부분의 제품이 포장된 상태로 판매 중임에도 마트 곳곳에서는 일회용 속비닐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채소, 육류, 해산물 코너 등을 돌며 확인한 속비닐만 10개에 달한다. 마트를 찾은 고객은 이미 포장된 채소, 과일 등을 습관적으로 속비닐에 한 번 더 포장해 카트에 넣었다. 

 더 나아가 계산한 물품을 담아갈 목적으로 속비닐을 5~6장씩 챙기는 고객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마트에서는 고객의 무분별한 속비닐 사용을 제지하지 않았다. 계산대에 있는 직원 중에는 “비닐봉투를 판매하지 않으니 속비닐을 챙겨 구입한 물건을 담아가라”고 말하는 이도 있었다. 

 

과일 코너에서 볼 수 있는 속비닐. 사진=박해나 기자

과일 코너에서 볼 수 있는 속비닐. 사진=박해나 기자


속비닐은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의 규제 대상이 아니라 무상으로 제공된다. 환경부 관계자는 “수분이 있는 제품 등을 담을 수 있도록 속비닐은 규제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밝혔다. 고기, 해산물 등이나 흙이 묻은 채소 등을 담아갈 용도로만 사용하라는 얘기다. 

 법적인 규제를 하지 않는 대신 환경부는 지난 4월 농협하나로유통, 롯데마트, 메가마트, 이마트, 홈플러스 등 5개 대형마트와 ‘일회용 비닐쇼핑백·과대포장 없는 점포 운영 자발적 협약식’을 가졌다. 협약에 따라 대형마트는 속비닐 사용량을 50% 이상 감축하기로 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속비닐을 줄이려고 노력 중이지만 대체품을 찾는 것이 쉽지가 않다. 모든 소비자에게 용기를 들고 다니라고 할 수도 없는 터라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마트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마트에서 사용하는 속비닐을 기존의 50% 수준으로 감축한 상태다. 그럼에도 여전히 속비닐은 남용되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속비닐을 단계적으로 감축해 나가고 있다. 비치 장소와 사이즈 등을 줄이는 등 최소한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채소, 과일 등이 포장된 상태로 판매 중인 것에 대해서는 “후레쉬센터, 신선센터 등에서 완제품 형태로 나오는 것들이 있다. 아예 없애는 것은 어렵지만 줄이는 방향으로 나가려고 한다. 유색 트레이 등도 흰색으로 교체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홍콩에 문을 연 제로 웨이스트 숍 ‘리브제로’​. 곡류, 파스타, 샴푸 등을 가져온 용기에 담아 구입할 수 있다. 사진=박해나 기자

홍콩에 문을 연 제로 웨이스트 숍 ‘리브제로’. 곡류, 파스타, 샴푸 등을 가져온 용기에 담아 구입할 수 있다. 사진=박해나 기자


 # 껍데기는 가라, 포장재 없는 ‘제로 웨이스트’ 숍도 등장   


환경 문제에 관심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 운동도 일어나고 있다. 일상에서 배출하는 쓰레기의 양을 줄이려는 움직임이다.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하더라도 일회용품 사용을 줄여 환경을 보호하겠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에 제로 웨이스트 소비를 실천할 수 있는 식료품점도 속속 등장하는 추세다. 

 가장 먼저 시작된 곳은 독일이다. 2014년 문을 연 독일의 ‘오리기날 운페어팍트(OU)’에서는 소비자가 각자 챙겨간 용기에 식재료 및 생필품 등을 담아 구입한다. ‘패키지 프리 숍’으로 포장용기, 비닐 등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2016년에는 뉴욕 ‘더필러리’, 지난 2월에는  홍콩 ‘리브제로’가 문을 열었다.  

 

국내에도 패키지 프리 숍이 하나 둘 생기고 있다.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더 피커’는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는 그로서란트(grocerant, 식료품점과 레스토랑의 합성어) 매장이다. 식료품을 판매하고 일부 재료는 레스토랑 식자재로 사용한다. 

 더 피커에서는 과일과 곡류 등을 판매하는데 소비자가 직접 용기를 가져오거나 매장 내 판매 중인 생분해 용기에 담아서만 구입할 수 있다. 플라스틱, 비닐 등은 사용하지 않는다. 10월 문을 연 ‘제로웨이스트샵 지구’도 과일과 채소, 견과류, 시리얼 등은 원하는 만큼만 덜어 구입할 수 있다. 일회용품 사용을 금지하고 있어 미리 챙겨온 주머니나 그릇에 담아가야 한다. 

 

국내에도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는 매장이 늘어나는 추세다. ‘더 피커’​ 매장 전경. 사진=박해나 기자

국내에도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는 매장이 늘어나는 추세다. ‘더 피커’ 매장 전경. 사진=박해나 기자


 송경호 더 피커 대표는 “재활용 대란을 기점으로 소비자의 인식 변화가 커졌다는 것을 느낀다. 제로웨이스트 소비를 지향하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라며 “쓰레기를 아예 만들지 않겠다고 시작하면 한 달도 안 돼 포기하게 된다. 가능한 선에서 단계적으로 실천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비닐봉투나 플라스틱 포장용기 등을 사용하지 않도록 프로듀스백(채소, 과일 등을 담는 용도의 파우치)을 챙겨 장을 보는 습관이 필요하다. 대형마트의 경우 힘들 수 있지만 재래시장이나 작은 마트의 경우 원하는 곳에 담아주기도 한다”며 “라면, 과자 등의 가공품이 가장 큰 문제인데 필요 없는 포장을 줄일 수 있도록 기업과 정부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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