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생각] 제로웨이스트, 대화의 시작

2020-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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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달의 좋은생각 

《좋은생각》 2019년 8월 호

- 더 피커 송경호


저녁즈음 문 앞에 내어놓은 쓰레기는 어떤 원리인지는 몰라도 동이 트고 나와보면 마술처럼 사라졌고 이 놀라운 마법은 여러 번의 경험 끝에 모두의 일상이자 믿음이 되었다.

내가 목격한 만큼의 세상이 진실의 전부였다면 얼마나 좋을까.

안타깝게도 작년, 중국의 쓰레기 수입 중단을 시작으로 시민들은 소위 ‘대란’이라 불릴 정도의 불편함을 겪었다.

쓰레기는 사라지지 않는다는 진실을 마주친 순간, 인류가 처리할 수 없는 방대한 양의 쓰레기와 편리함을 가장한 썩지 않는 쓰레기의 공포에 빠져들었고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제로웨이스트 스토어를 운영하던 나에게 많은 질문이 쏟아졌다.

“제가 사는 곳 근처엔 제로웨이스트 샵이 없는데 어떤 방법으로 실천해야 하나요?”

이 질문을 들을 때마다 답변으로 말한 적은 없지만, 내 유년 시절의 엄마가 생각났다.

더웠던 여름의 초저녁, 재활용 쓰레기를 버리고 돌아설 때 동네 반장 역할을 자처하던 아주머니가 큰소리로 우리를 불러세웠다.

“거기, 302호 엄마! 이거 요구르트병에서 뚜껑 껍데기 이렇게 덕지덕지 붙어있으면 재활용 안되는거 몰라? 일루와서 다 떼고 가!”

어렸던 나는 더운 날씨에 쭈그리고 앉아 억척스레 떨어지지 않는 요구르트병 껍질을 손톱으로 긁어내던 엄마가 불쌍했고, 그 아줌마가 미웠다.

조금 더 커서는, 그 아줌마가 재활용에 대한 제법 정확한 정보를 가졌고, 악의가 없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지만 그래도 미웠다.

그 기억이 나에게 쓰레기 문제와 태도에 대해 항상 생각하게 한다.

그래서 조언을 듣고 싶은 사람들에게 말해준다. 예쁘게 대화할 줄 알아야 쓰레기를 줄일 수 있노라고.

자세한 행동지침들로 답변하자면 줄줄이 몇 시간도 말해줄 수 있지만,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그 방법론에만 갇혀 오직 쓰레기를 줄인다는 목적으로 자신과 주변에게 미운 말로 강요하고 결국 혼자 남아 외로워하다 포기하더라.

쓰레기 문제라고 쓰레기로 시작하지 말자, 시작은 반드시 예쁘게 대화하며 시작해야 한다.

대화는 관계를 만들고 그 관계가 쓰레기를 줄여주는 멋진 무기가 될 것이니까.

쓰레기를 줄여보고 싶다면, 시장으로 가서 먼저 대화를 해보자.

“쓰레기를 만들고 싶지 않아서 그런데 번거로우시더라도 제가 가져온 통에 담아주실 수 있을까요? 저 같은 단골이 많아질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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